사단법인 씨즈 중장년 포럼 ‘한국 중장년 사업, 새로운 물결’ 리뷰 ②
청년 혁신 기업의 성장을 지원해 온 사단법인 씨즈(이사장 이은애)는 세대 간 연대로 청년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2023년 중장년사업본부를 신설했습니다. 씨즈 중장년사업본부는 중장년 포럼을 연속 개최해 한국 사회 중장년 이슈를 조명하고, 구체적인 세대 연대 방안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2023년 4월 19일 개최된 첫 번째 중장년 포럼 ‘한국 중장년 사업, 새로운 물결’을 두 편의 글로 요약해 중계합니다.
포럼 1부 발제에서 남경아 씨즈 중장년사업본부장은 2022년 이후를 중장년 활동과 제도화의 새로운 물결이 도래한 시기라고 규정했습니다. 공공 영역이 아닌 곳에서 새로운 주체들이 등장한 것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는데요. 2부 행사에서는 현장에서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정건화 한신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대담에서는 세대 연대, 당사자 운동, 중장년 세대를 자원으로 바라보는 지자체와 시민 사회의 전략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회: 정건화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패널: 신창용 앙코르브라보노 사회적협동조합 연구소장
이원재 경기도 정책보좌관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이사장
이혜영 사단법인 아쇼카 한국 대표
(사회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신창용)
처음에 퇴직하고 나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고 방황할 때 서울시오십플러스재단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인생의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앙코르브라보노 사회적협동조합에서 활동한 지는 8년 정도 됐습니다. 뜻이 같은 여섯 명이 모여서 사회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자, 중장년의 역량과 진정성을 갖고 사회적기업을 지원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중장년 세대와 사회적기업을 매칭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혜영)
아쇼카는 국제 비영리 단체입니다. 저희는 사회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을 아쇼카 펠로로 선정해서 지원해요. 3년 정도 그분들이 일에 전념하실 수 있게 생활비 지원을 하거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제공하고요. 43년 정도 활동해 왔고, 전 세계에 4천 명 정도 되는 아쇼카 펠로가 있습니다. 고령화를 주제로 활동하는 분들은 100명 정도입니다.
(이원재)
경기도 정책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작년 7월에 경기도지사가 새로 취임했고, 제가 보좌관으로 들어온 게 작년 9월이니까 사실 공사로 치면 아직 땅 파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보시면 돼요. 중장년 정책에서 행정이 할 일과 당사자가 할 일을 어떻게 잘 조합할 것인가, 또 어떻게 사회 혁신과 연결할 것인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은애)
오늘 포럼을 준비한 씨즈의 이은애라고 합니다. 씨즈는 지난 13년간 중간 지원 조직으로서 청년들이 사회적기업, 소셜벤처의 주체로 서는 과정을 도왔는데, 사실 청년들은 자기 세대가 너무 기반이 없다는 불만이 있어요. 저희 선배 세대가 비워 주는 것들이 청년 세대에게 공유되어 자원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탐색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당사자 운동에 뛰어들기까지
(사회자)
신창용 소장님은 서울시 50+ 정책 초기부터 참여한 당사자로서 어떤 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했는지 궁금합니다.
(신창용)
일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컸어요. 직장생활을 할 때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하면서 한 업무에 집중해서 일해야 했는데, 퇴직 후에는 배움도 하나의 일이고, 취미 활동도 일이고, 봉사활동도 하나의 일이 되었어요.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중심으로 일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게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창용 앙코르브라보노 사회적협동조합 연구소장
(사회자)
서울시 50+ 정책에서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도 말씀해 주시겠어요.
(신창용)
퇴직한 다음 무엇을 할지 모르고, 어디서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뜻을 같이하는 동년배들을 만나서 같이 활동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만들어 준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상담부터 시작해서 교육, 커뮤니티 활동을 거쳐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활동처까지 원스톱으로 쭉 연결해 준 것도 큰 도움이 됐고요. 또, 저와 다른 삶을 살아온 분들과 만남으로써 생각을 폭넓게 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외부 상황이 변함에 따라서 정책이 확 변하는 것에는 아쉬움이 있어요. 활동이나 모임을 위한 공간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항상 아쉬움이 있습니다.
(사회자)
이은애 씨즈 이사장님께서는 청년 정책, 사회적경제 정책에 깊이 관여한 분으로서 두 분야 정책과 비교할 때 중장년 정책만의 특성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은애)
우선 중장년 정책은 전국화의 속도로 봤을 때 많은 과제가 남아있어요.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도 전국의 지자체에서 오신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현재 활동하는 중장년 조직들을 보면, 지적이고 높은 활력을 지닌 분들이 많이 활동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반면, 정책적으로는 소득이 필요한 분들에게 어떻게 일자리를 줄 것인지가 중요하죠. 활동을 주도하는 분들과 정책의 수혜자가 되는 계층 사이의 분리가 일어난 게 중장년 정책의 특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불일치를 해소해 가는 게 중요하고요.
왜 론제비티인가
(사회자)
이혜영 대표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아쇼카가 장수 문제, 고령화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혜영)
아쇼카는 사회혁신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을 수십 년간 해오면서 개인이 갖는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로서의 잠재력에 주목했어요.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주입식 교육을 문제 해결자를 양성하는 교육으로 바꾸기 위한 운동을 전개했죠. 그런데, 아무리 청소년과 청년의 역량을 키운다고 해도, 그들은 유무형의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잖아요. 그들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고 해도, 필요한 자원을 마련하거나 영향력 있는 활동을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사실 윗세대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죠. 우선 그런 배경이 있고요.
아쇼카는 현재 세 가지 영역에 주목하고 있어요. 첫 번째가 기후 환경 문제이고, 두 번째는 기술과 인류입니다. 세 번째가 론제비티(longevity, 장수)예요.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는데, 건강하게 살면서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야 하잖아요. 이를 위해 저희는 평생에 걸친 사회적 연결, 평생에 걸친 배움, 평생에 걸친 경제적 안정, 평생에 걸친 웰빙, 그리고 평생에 걸쳐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는 능력, 이렇게 다섯 가지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혜영 사단법인 아쇼카 한국 대표
경기도의 기회 사다리
(사회자)
다음 질문은 이원재 보좌관님께 드리겠습니다. 경기도에서 도정의 핵심 철학으로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를 함께 묶어서 ‘기회 사다리’라는 용어를 만들었어요. 용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원재)
1부 발제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는데, 청소년기도 전환기이고, 중장년기도 전환기이잖아요. 전환할 때는 무언가 활동을 해야 하죠. 저희는 그런 활동을 참여 내지 기여라고 정의했습니다. 참여하거나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기회라고 생각했고요.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하고, 일자리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청년에게 그런 기회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베이비붐 세대도 새로운 장이 열리면 뭔가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죠. 일자리를 얻어서 보수를 얻는 일도 해야 하지만, 어떤 사회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기여도 해야 하는데, 이런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기회 사다리입니다.
(사회자)
서울시도 재단을 만들고 여러 가지 실험을 했는데, 경기도의 정책이 서울시 정책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이원재)
경기도는 사실 서울과 비교해 특성이 많이 달라요. 농업과 제조업이 많고, 지역 간 편차가 무척 큽니다. 심지어 어민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 시도해 보려고 하는 건 제조업 전환과 관련된 일자리 정책이에요. 예를 들면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 일하는 분들이나 자동차 정비하는 분들이 전기 차 시대가 왔을 때 자신의 노하우를 살려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서울과 가장 큰 차이점은 어떤 것도 서울처럼 시원하게 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웃음). 경기도는 시가 아니에요. 예를 들면 경기도에 수원시가 있고, 고양시가 있고, 연천군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일을 하시는 거죠. 경기도는 좋은 모델을 만들어서 이분들이 따라오시도록 하고, 또 모델이 좋다고 인정받으면 이를 뿌려서 ‘이 사업을 하시면 약간 더 지원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 거예요. 그런 거버넌스를 만드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이원재 경기도 정책보좌관
(사회자)
중장년의 사회적 역할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죠. 저도 60+기후행동이라는 임의 단체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장년 세대 당사자 연합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공동의 자원, 시민 자산 같은 걸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신창용 소장님께 들어보고 싶습니다.
(신창용)
저희가 작년 말에 여러 가지 사회 문제와 관련해 중장년 세대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 연합회 형태의 단체를 준비하는 모임을 만들어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작은 단체가 혼자 활동하기에는 여러 가지 역량이 부족하고, 업무 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느꼈어요. 부족한 걸 서로 채워나가고, 사업이나 사회적 가치를 좀 더 확대하도록 연대하는 게 어떻겠느냐, 이런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또, 당사자들끼리 모여서 우리 문제는 한번 직접 해결해 보자는 취지도 있었고요. 이런 모임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 올해에는 지역 프로그램을 같이 해볼 생각입니다.
두 세대가 만나야 하는 이유
(사회자)
세대 연대에 관해서도 얘기를 해보죠. 저는 사회적 상속에 관심이 많은데요. 미래 세대에게 우리가 집단으로서 상속할 것이 꽤 있다, 사회 전환을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넘겨줄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씨즈는 세대 연대 기금을 조성하고 사업들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금 조성의 취지나 사업 구상을 듣고 싶습니다.
(이은애)
지금 하위 몇십 퍼센트의 청년은 자산은 물론, 관계망이나 지식 같은 사회적 자본이나 문화 자본을 가족 안에서 상속 받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씨즈가 지난 3년간 만난 은둔 고립 청년 중에서도 그렇게 자신이 풀 수 없는 문제를 가진 청년을 많이 발견했어요. 청년들은 다양한 삶의 가능성에 도전하기 위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럴 기회도 얻지 못합니다.
사회 전환을 고민하는 우리 세대의 진짜 어른들이 세대 연대 기금을 만들거나 공간이나 경험을 나누는 계기를 만들어서 새로운 세대가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또, 중장년 세대가 새로운 활동을 함께하는 친구로서 청년들을 만나면 어떨까 싶습니다. 청년 세대와 우리 세대가 경험의 공동체를 만들고, 세대 연대 기금이 확장되어서 공동체 마을 같은 것을 실험해 보는 과정에도 쓰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이사장
(사회자)
이혜영 대표님께 아쇼카의 프로그램에 대한 부연 설명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혜영)
아쇼카는 펠로들과 함께 앞으로 큰 변화를 만들어 가려고 해요. 크게 네 개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많은 60세 이상 분들이 사회적기업에 합류해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시는데, 공급에 비해 사회적인 수요가 많지 않아요. 사회가 60세 이상 분들의 기여와 공헌을 가치 있게 바라보도록 해서 수요를 높이는 활동을 펼치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아무리 오래 살 수 있다고 해도 건강 수명이 함께 늘어나지 않으면 삶이 더 힘들어지는 거잖아요. 건강 수명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늘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세대 협력이에요. 어떻게 하면 세대 간에 서로 배우고 협력해서 실제로 사회 문제 해결까지 갈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이런 활동을 어떻게 더 촉진할지 방안을 찾는 거죠. 네 번째는 중장년과 노년층이 일할 기회, 일을 선택할 기회를 만드는 일입니다. 60세를 넘어서 70~80세까지도 계속 유연하게 일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잖아요. 이를 위해 창업과 같은 다양한 기회를 확대하려고 합니다.
(사회자)
패널분들께 마무리 발언 부탁드리겠습니다.
(신창용)
오늘 주제가 새로운 물결인데요. 어떤 면에서는 중장년 당사자로서 너무 소극적으로 정책이나 제도에만 의존한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공공 영역 중심으로 나가는 것도 무척 중요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연대도 하고, 단합도 해서 끌어 나가면 새로운 물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우선은 정책의 틀 안에서 당사자들이 역량을 잘 발휘하도록 공공과 민간이 잘 융합해서 성과를 이루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혜영)
고령화, 론제비티를 주제로 3년 정도 전 세계 아쇼카 펠로들의 혁신적인 솔루션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큰 인생의 변화를 겪었어요. 제가 이제 40대 중반을 지나는데, ‘왜 그동안 이런 얘기를 어디서도 듣지 못하고, 이렇게 준비가 안 된 채로 중년을 맞게 되었나’하고 스스로 놀랐습니다. 제가 20~30대 때 살아온 것이 지금 40대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또 지금의 제 라이프 스타일이 50대, 60대 때 제가 하는 선택에 영향을 줄 거잖아요. 그래서 정말 이 문제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이 관심을 두고 준비해야 하는 이슈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원재)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베이비붐 세대, 중장년 세대를 위한 활동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베이비붐 세대 정책을 이야기할 때 항상 반대가 있어요. 소외된 청년을 위한 정책을 해야지, 왜 베이비붐 세대 얘기를 하느냐는 말씀들을 하시거든요. 당사자들이 나서서 사회에 좀 더 기여하면서 시민의 책임을 다하고, 사회 공헌 활동 같은 것을 하면서 정당성을 만들어 나가고, 이에 대해서 충분히 발언하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은애)
한국 사회가 사회적 자본이 부족한 사회임은 분명하지만, 혈연이든, 지연이든, 학연이든 끼리끼리 안에서는 모든 걸 다 퍼주는 사회적 자본은 차고 넘치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제는 세대를 뛰어넘는, 또는 같은 세대 안에서도 계층을 뛰어넘는 사회적 자본을 확대하는 운동을 계속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오늘은 여러 조직의 키워드가 막 제시되는, 사실은 운을 떼는 자리입니다. 이 포럼이 어떤 방식으로든지 정례화 되어 굉장히 실천적인 얘기들을 같이 나눴으면 합니다. 특히, 중장년 당사자 조직이 좀 더 주도적으로 뭔가를 제안해 주시고, 함께 이 과정을 꾸려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정리_사단법인 씨즈 중장년사업본부
사단법인 씨즈 중장년 포럼 ‘한국 중장년 사업, 새로운 물결’ 리뷰 ②
청년 혁신 기업의 성장을 지원해 온 사단법인 씨즈(이사장 이은애)는 세대 간 연대로 청년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2023년 중장년사업본부를 신설했습니다. 씨즈 중장년사업본부는 중장년 포럼을 연속 개최해 한국 사회 중장년 이슈를 조명하고, 구체적인 세대 연대 방안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2023년 4월 19일 개최된 첫 번째 중장년 포럼 ‘한국 중장년 사업, 새로운 물결’을 두 편의 글로 요약해 중계합니다.
포럼 1부 발제에서 남경아 씨즈 중장년사업본부장은 2022년 이후를 중장년 활동과 제도화의 새로운 물결이 도래한 시기라고 규정했습니다. 공공 영역이 아닌 곳에서 새로운 주체들이 등장한 것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는데요. 2부 행사에서는 현장에서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정건화 한신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대담에서는 세대 연대, 당사자 운동, 중장년 세대를 자원으로 바라보는 지자체와 시민 사회의 전략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회: 정건화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패널: 신창용 앙코르브라보노 사회적협동조합 연구소장
이원재 경기도 정책보좌관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이사장
이혜영 사단법인 아쇼카 한국 대표
(사회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신창용)
처음에 퇴직하고 나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고 방황할 때 서울시오십플러스재단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인생의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앙코르브라보노 사회적협동조합에서 활동한 지는 8년 정도 됐습니다. 뜻이 같은 여섯 명이 모여서 사회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자, 중장년의 역량과 진정성을 갖고 사회적기업을 지원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중장년 세대와 사회적기업을 매칭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혜영)
아쇼카는 국제 비영리 단체입니다. 저희는 사회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을 아쇼카 펠로로 선정해서 지원해요. 3년 정도 그분들이 일에 전념하실 수 있게 생활비 지원을 하거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제공하고요. 43년 정도 활동해 왔고, 전 세계에 4천 명 정도 되는 아쇼카 펠로가 있습니다. 고령화를 주제로 활동하는 분들은 100명 정도입니다.
(이원재)
경기도 정책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작년 7월에 경기도지사가 새로 취임했고, 제가 보좌관으로 들어온 게 작년 9월이니까 사실 공사로 치면 아직 땅 파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보시면 돼요. 중장년 정책에서 행정이 할 일과 당사자가 할 일을 어떻게 잘 조합할 것인가, 또 어떻게 사회 혁신과 연결할 것인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은애)
오늘 포럼을 준비한 씨즈의 이은애라고 합니다. 씨즈는 지난 13년간 중간 지원 조직으로서 청년들이 사회적기업, 소셜벤처의 주체로 서는 과정을 도왔는데, 사실 청년들은 자기 세대가 너무 기반이 없다는 불만이 있어요. 저희 선배 세대가 비워 주는 것들이 청년 세대에게 공유되어 자원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탐색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당사자 운동에 뛰어들기까지
(사회자)
신창용 소장님은 서울시 50+ 정책 초기부터 참여한 당사자로서 어떤 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했는지 궁금합니다.
(신창용)
일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컸어요. 직장생활을 할 때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하면서 한 업무에 집중해서 일해야 했는데, 퇴직 후에는 배움도 하나의 일이고, 취미 활동도 일이고, 봉사활동도 하나의 일이 되었어요.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중심으로 일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게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창용 앙코르브라보노 사회적협동조합 연구소장
(사회자)
서울시 50+ 정책에서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도 말씀해 주시겠어요.
(신창용)
퇴직한 다음 무엇을 할지 모르고, 어디서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뜻을 같이하는 동년배들을 만나서 같이 활동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만들어 준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상담부터 시작해서 교육, 커뮤니티 활동을 거쳐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활동처까지 원스톱으로 쭉 연결해 준 것도 큰 도움이 됐고요. 또, 저와 다른 삶을 살아온 분들과 만남으로써 생각을 폭넓게 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외부 상황이 변함에 따라서 정책이 확 변하는 것에는 아쉬움이 있어요. 활동이나 모임을 위한 공간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항상 아쉬움이 있습니다.
(사회자)
이은애 씨즈 이사장님께서는 청년 정책, 사회적경제 정책에 깊이 관여한 분으로서 두 분야 정책과 비교할 때 중장년 정책만의 특성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은애)
우선 중장년 정책은 전국화의 속도로 봤을 때 많은 과제가 남아있어요.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도 전국의 지자체에서 오신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현재 활동하는 중장년 조직들을 보면, 지적이고 높은 활력을 지닌 분들이 많이 활동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반면, 정책적으로는 소득이 필요한 분들에게 어떻게 일자리를 줄 것인지가 중요하죠. 활동을 주도하는 분들과 정책의 수혜자가 되는 계층 사이의 분리가 일어난 게 중장년 정책의 특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불일치를 해소해 가는 게 중요하고요.
왜 론제비티인가
(사회자)
이혜영 대표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아쇼카가 장수 문제, 고령화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혜영)
아쇼카는 사회혁신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을 수십 년간 해오면서 개인이 갖는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로서의 잠재력에 주목했어요.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주입식 교육을 문제 해결자를 양성하는 교육으로 바꾸기 위한 운동을 전개했죠. 그런데, 아무리 청소년과 청년의 역량을 키운다고 해도, 그들은 유무형의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잖아요. 그들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고 해도, 필요한 자원을 마련하거나 영향력 있는 활동을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사실 윗세대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죠. 우선 그런 배경이 있고요.
아쇼카는 현재 세 가지 영역에 주목하고 있어요. 첫 번째가 기후 환경 문제이고, 두 번째는 기술과 인류입니다. 세 번째가 론제비티(longevity, 장수)예요.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는데, 건강하게 살면서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야 하잖아요. 이를 위해 저희는 평생에 걸친 사회적 연결, 평생에 걸친 배움, 평생에 걸친 경제적 안정, 평생에 걸친 웰빙, 그리고 평생에 걸쳐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는 능력, 이렇게 다섯 가지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혜영 사단법인 아쇼카 한국 대표
경기도의 기회 사다리
(사회자)
다음 질문은 이원재 보좌관님께 드리겠습니다. 경기도에서 도정의 핵심 철학으로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를 함께 묶어서 ‘기회 사다리’라는 용어를 만들었어요. 용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원재)
1부 발제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는데, 청소년기도 전환기이고, 중장년기도 전환기이잖아요. 전환할 때는 무언가 활동을 해야 하죠. 저희는 그런 활동을 참여 내지 기여라고 정의했습니다. 참여하거나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기회라고 생각했고요.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하고, 일자리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청년에게 그런 기회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베이비붐 세대도 새로운 장이 열리면 뭔가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죠. 일자리를 얻어서 보수를 얻는 일도 해야 하지만, 어떤 사회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기여도 해야 하는데, 이런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기회 사다리입니다.
(사회자)
서울시도 재단을 만들고 여러 가지 실험을 했는데, 경기도의 정책이 서울시 정책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이원재)
경기도는 사실 서울과 비교해 특성이 많이 달라요. 농업과 제조업이 많고, 지역 간 편차가 무척 큽니다. 심지어 어민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 시도해 보려고 하는 건 제조업 전환과 관련된 일자리 정책이에요. 예를 들면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 일하는 분들이나 자동차 정비하는 분들이 전기 차 시대가 왔을 때 자신의 노하우를 살려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서울과 가장 큰 차이점은 어떤 것도 서울처럼 시원하게 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웃음). 경기도는 시가 아니에요. 예를 들면 경기도에 수원시가 있고, 고양시가 있고, 연천군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일을 하시는 거죠. 경기도는 좋은 모델을 만들어서 이분들이 따라오시도록 하고, 또 모델이 좋다고 인정받으면 이를 뿌려서 ‘이 사업을 하시면 약간 더 지원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 거예요. 그런 거버넌스를 만드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이원재 경기도 정책보좌관
(사회자)
중장년의 사회적 역할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죠. 저도 60+기후행동이라는 임의 단체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장년 세대 당사자 연합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공동의 자원, 시민 자산 같은 걸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신창용 소장님께 들어보고 싶습니다.
(신창용)
저희가 작년 말에 여러 가지 사회 문제와 관련해 중장년 세대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 연합회 형태의 단체를 준비하는 모임을 만들어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작은 단체가 혼자 활동하기에는 여러 가지 역량이 부족하고, 업무 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느꼈어요. 부족한 걸 서로 채워나가고, 사업이나 사회적 가치를 좀 더 확대하도록 연대하는 게 어떻겠느냐, 이런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또, 당사자들끼리 모여서 우리 문제는 한번 직접 해결해 보자는 취지도 있었고요. 이런 모임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 올해에는 지역 프로그램을 같이 해볼 생각입니다.
두 세대가 만나야 하는 이유
(사회자)
세대 연대에 관해서도 얘기를 해보죠. 저는 사회적 상속에 관심이 많은데요. 미래 세대에게 우리가 집단으로서 상속할 것이 꽤 있다, 사회 전환을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넘겨줄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씨즈는 세대 연대 기금을 조성하고 사업들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금 조성의 취지나 사업 구상을 듣고 싶습니다.
(이은애)
지금 하위 몇십 퍼센트의 청년은 자산은 물론, 관계망이나 지식 같은 사회적 자본이나 문화 자본을 가족 안에서 상속 받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씨즈가 지난 3년간 만난 은둔 고립 청년 중에서도 그렇게 자신이 풀 수 없는 문제를 가진 청년을 많이 발견했어요. 청년들은 다양한 삶의 가능성에 도전하기 위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럴 기회도 얻지 못합니다.
사회 전환을 고민하는 우리 세대의 진짜 어른들이 세대 연대 기금을 만들거나 공간이나 경험을 나누는 계기를 만들어서 새로운 세대가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또, 중장년 세대가 새로운 활동을 함께하는 친구로서 청년들을 만나면 어떨까 싶습니다. 청년 세대와 우리 세대가 경험의 공동체를 만들고, 세대 연대 기금이 확장되어서 공동체 마을 같은 것을 실험해 보는 과정에도 쓰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이사장
(사회자)
이혜영 대표님께 아쇼카의 프로그램에 대한 부연 설명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혜영)
아쇼카는 펠로들과 함께 앞으로 큰 변화를 만들어 가려고 해요. 크게 네 개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많은 60세 이상 분들이 사회적기업에 합류해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시는데, 공급에 비해 사회적인 수요가 많지 않아요. 사회가 60세 이상 분들의 기여와 공헌을 가치 있게 바라보도록 해서 수요를 높이는 활동을 펼치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아무리 오래 살 수 있다고 해도 건강 수명이 함께 늘어나지 않으면 삶이 더 힘들어지는 거잖아요. 건강 수명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늘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세대 협력이에요. 어떻게 하면 세대 간에 서로 배우고 협력해서 실제로 사회 문제 해결까지 갈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이런 활동을 어떻게 더 촉진할지 방안을 찾는 거죠. 네 번째는 중장년과 노년층이 일할 기회, 일을 선택할 기회를 만드는 일입니다. 60세를 넘어서 70~80세까지도 계속 유연하게 일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잖아요. 이를 위해 창업과 같은 다양한 기회를 확대하려고 합니다.
(사회자)
패널분들께 마무리 발언 부탁드리겠습니다.
(신창용)
오늘 주제가 새로운 물결인데요. 어떤 면에서는 중장년 당사자로서 너무 소극적으로 정책이나 제도에만 의존한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공공 영역 중심으로 나가는 것도 무척 중요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연대도 하고, 단합도 해서 끌어 나가면 새로운 물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우선은 정책의 틀 안에서 당사자들이 역량을 잘 발휘하도록 공공과 민간이 잘 융합해서 성과를 이루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혜영)
고령화, 론제비티를 주제로 3년 정도 전 세계 아쇼카 펠로들의 혁신적인 솔루션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큰 인생의 변화를 겪었어요. 제가 이제 40대 중반을 지나는데, ‘왜 그동안 이런 얘기를 어디서도 듣지 못하고, 이렇게 준비가 안 된 채로 중년을 맞게 되었나’하고 스스로 놀랐습니다. 제가 20~30대 때 살아온 것이 지금 40대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또 지금의 제 라이프 스타일이 50대, 60대 때 제가 하는 선택에 영향을 줄 거잖아요. 그래서 정말 이 문제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이 관심을 두고 준비해야 하는 이슈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원재)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베이비붐 세대, 중장년 세대를 위한 활동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베이비붐 세대 정책을 이야기할 때 항상 반대가 있어요. 소외된 청년을 위한 정책을 해야지, 왜 베이비붐 세대 얘기를 하느냐는 말씀들을 하시거든요. 당사자들이 나서서 사회에 좀 더 기여하면서 시민의 책임을 다하고, 사회 공헌 활동 같은 것을 하면서 정당성을 만들어 나가고, 이에 대해서 충분히 발언하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은애)
한국 사회가 사회적 자본이 부족한 사회임은 분명하지만, 혈연이든, 지연이든, 학연이든 끼리끼리 안에서는 모든 걸 다 퍼주는 사회적 자본은 차고 넘치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제는 세대를 뛰어넘는, 또는 같은 세대 안에서도 계층을 뛰어넘는 사회적 자본을 확대하는 운동을 계속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오늘은 여러 조직의 키워드가 막 제시되는, 사실은 운을 떼는 자리입니다. 이 포럼이 어떤 방식으로든지 정례화 되어 굉장히 실천적인 얘기들을 같이 나눴으면 합니다. 특히, 중장년 당사자 조직이 좀 더 주도적으로 뭔가를 제안해 주시고, 함께 이 과정을 꾸려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정리_사단법인 씨즈 중장년사업본부